에릭 지 선교사의 기도편지
하나님이 다 하셨습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고린도후서 5:17
사랑하는 동역자님께,

10월에는 괌에 태풍이 지나갔습니다.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입니다. 섬이다 보니 자연재해 앞에서는 늘 약합니다. 며칠 동안 전기가 끊겨서 냉장고에 있던 음식을 다 버려야 했고, 밤마다 더위와 싸워야 했습니다. 그래도 물은 나와서 감사했습니다. 전기가 없는 집에 앉아 있을 수는 없어서 아이들과 밖에 나가 축구를 하고 배구를 하고, 씻고 들어와서는 오목을 두며 며칠을 버텼습니다. 돌아보면 전기가 끊긴 덕분에 가족이 가장 오래 얼굴을 마주한 한 주였습니다.
그런데 주변에는 집을 잃은 분들도 있었습니다. 우리 집은 음식 몇 가지를 버린 것으로 끝났지만, 이웃 중에는 지붕이 날아가고 살던 곳을 떠나야 했던 가정이 있습니다. 그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 섬의 사람들은 이렇게 한 해에도 몇 번씩 모든 것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10월 25일, 이파오 비치

10월 25일 주일 오후, 이파오 비치에서 세례식을 했습니다. 미안나(Mianna), 맥켄지(Mckenzie), 유우나(Yuuna) 세 학생이 바다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3년 전 제 연구실에서 학생 두 명과 기도 모임을 시작했을 때, 어떤 주에는 저 혼자 앉아 있다가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화요일 예배가 있는 날이면 강의가 끝나자마자 미리 생각해 둔 점심을 서둘러 픽업해 와서 예배를 드리곤 했습니다. 어떤 날은 학생이 많이 와서 음식이 모자랐고, 어떤 날은 아무도 오지 않아 그 점심을 혼자 먹기도 했습니다. 화요일만이 아닙니다. 다른 날에도 학생들을 따로 만나고, 소그룹으로 모이고, 캠퍼스 전도와 아웃리치를 나가느라 일주일 내내 학생들과 부대끼며 지냅니다. 그렇게 3년을 지내고 나니 이제는 서로 가족 같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HisPlan 학생들과 청년들이 바닷가에 둘러서서, 우리 중 세 사람이 모든 사람 앞에서 예수님께 속했다고 고백하는 것을 함께 지켜보았습니다.

세 사람이 물에 들어가기 전에 한 사람씩 자기 이야기를 했습니다. 3년을 함께한 친구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백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한 가지 말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다 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그 자리를 지켰을 뿐입니다.
하나님이 다 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그 자리를 지켰을 뿐입니다.

세례는 결승선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하는 새 삶의 첫걸음입니다. 그날 학생들에게 그렇게 말했고, 그 길을 우리가 함께 걷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세례 증서는 그 주 화요일 The TABLE에서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전해 주었습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기도하고, 사진을 찍고, 꽃목걸이를 걸어 준 학생들 모두가 이날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왜 이 섬에서는 복음이 쉽지 않은가
세 사람의 세례가 왜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괌과 마이크로네시아는 많은 분들께 푸른 바다의 휴양지로 기억됩니다. 그러나 관광객이 보는 괌과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괌은 전혀 다른 곳입니다.
이 땅은 전쟁과 핵이 지나간 땅입니다. 괌은 2차 세계대전 때 31개월 동안 점령되었고, 주민 1만 8천여 명이 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축의 바다에는 지금도 전함들이 가라앉아 있고, 마셜제도에서는 67차례 핵실험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떠나고 가정이 무너집니다. 미크로네시아연방 인구는 10년 사이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괌과 하와이와 미국 본토로 떠나고, 남은 가정은 술과 질병 속에 흔들립니다. 청년 자살이 연구자들이 전염병이라 부를 만큼 번졌던 곳입니다.
거의 모든 주민이 그리스도인으로 불리지만, 신앙이 삶이 되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그 틈으로 이단이 섬마다 들어오고 있고, 2022년에는 괌에 몰몬교 성전이 세워졌습니다. 제 수업에는 괌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과 축, 폰페이, 팔라우에서 건너온 학생들이 함께 앉아 있습니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 학생이 많아서 제 연구실 앞에 라면을 놓아 두기 시작했고, 지금은 교회 성도님들이 그 상자를 채워 주십니다. 한 학생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군가 저를 위해 기도해 주고 보고 싶다고 말해 준 건 처음이었어요.
이 섬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도록 곁을 지켜 주는 공동체입니다. 이름뿐인 신앙이 당연한 곳에서 자기 입으로 예수님을 고백하고 바다에 들어가는 일은, 이곳에서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세 사람의 세례 앞에서 하나님이 다 하셨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걸음: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세례식을 마치고 이제 다음 걸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HisPlan Movement 학생들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1대1 제자훈련을 시작하려고 교재를 구입하고 있습니다. 모임에 나오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말씀으로 세우는 훈련입니다.
목표는 분명합니다. 훈련을 받은 청년이 또 다른 한 사람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내년 여름까지 그 한 사이클을 돌리는 것이 지금의 기도입니다. 교재를 사고 훈련을 이어 가는 데 필요한 재정과, 한 학기 내내 지치지 않을 체력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11월에는 지난 편지에 말씀드린 대로 괌늘푸른교회 집사님들과 함께 축 토노아스 섬의 Sino 초등학교에 화로를 세우러 갑니다. 250명 아이들의 점심을 흙바닥 가스버너에 의지하던 어머니들에게 부엌이 생기는 달입니다.
돌아보면 이번 달에 제가 한 일은 많지 않습니다. 바닷가에 서 있었고, 전기가 끊긴 집에서 아이들과 오목을 두었고, 교재 목록을 들여다보았을 뿐입니다. 세 사람을 물속까지 데려오신 분도, 그 뒤에 설 다음 사람을 준비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그 자리에 늘 동역자님들의 기도가 있었습니다.
기도 부탁드립니다
- 세례를 받은 미안나, 맥켄지, 유우나가 새 삶의 첫걸음을 잘 내딛고, 세 사람의 고백이 캠퍼스의 다른 친구들에게 이어지도록
- 1대1 제자훈련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교재 재정이 채워지고, 훈련을 받은 청년이 또 한 사람을 훈련하는 한 사이클이 내년 여름까지 이루어지도록
- 한 학기 내내 훈련을 이끌 지치지 않는 체력과 건강을 주시도록
- 세 번째 태풍으로 집을 잃은 이웃들이 다시 설 수 있도록, 그리고 자연재해에 약한 이 섬의 가정들을 지켜 주시도록
- 11월 축 토노아스 섬 Sino 초등학교 화로 사역과 함께 가는 집사님들의 안전을 위해
감사합니다
세례식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기도하고 꽃목걸이를 걸어 준 HisPlan 학생들과 청년들, 연구실 앞 라면 상자를 채워 주시는 성도님들, 그리고 매달 기도와 후원으로 이 자리를 지켜 주시는 동역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다 적지는 못하지만, 하나님께서 그 섬김을 기억하고 계십니다.
늘 기도로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릭 지 선교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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